시계가
시계가 되기까지 (2편)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 파테필립, 론진, 피아제 등 대부분의 명품 시계 브랜드는 스위스 태생입니다. 지난 시계의 역사(1)편 진자운동의 발견부터 항해용 시계의 등장까지 스위스가 등장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스위스는 언제부터 시계 강국이 되었을까요?
스위스 시계의 출발점, 종교개혁
시계 제조기술은 영국과 프랑스가 스위스보다 더 앞섰습니다. 하지만 스위스 시계가 명성을 떨치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바로 종교 개혁입니다. 16세기 유럽에는 종교개혁운동이 한창이었어요. 루터와 칼뱅이 선두로 가톨릭 교회의 부패를 공격하며 시작된 종교 개혁 운동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교회의 권위에 도전한 칼뱅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프랑스에서 스위스 제네바로 피신했습니다. 칼뱅이 이끈 위그노라 불린 신교도들 역시 종교적 박해를 피해 스위스 제네바로 이주했어요. 제네바로 이주한 신교도 대부분은 시계 제조, 염색, 인쇄 등에 능한 수공업자로, 스위스로 이전하기 전까지 대부분 영국이나 프랑스 사람이었습니다. 수공업자들은 화려한 장신구를 만들어 영국, 프랑스의 왕족과 귀족에게 판매하여 돈을 벌었습니다.
하지만 곧 수공업자들에게 위기가 찾아오는데요, ‘종교적 귀금속 또는 기타 일체의 귀금속을 몸에 지니지 못한다’는 칙령이 내려졌기 때문입니다. 특히 칼뱅은 철저한 금욕주의 사상을 강조하며 귀금속 등 사치품의 사용을 막았어요. 단 예배시간을 지키기 위해 시계만은 지닐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때부터 시계 제조 기술자가 늘어나면서 1601년에는 제네바 시계제작자조합이 설립되었습니다. 시계 장인들은 18세기 제네바 인근의 쥐라(Jura)산맥에 그들만의 공방을 설립했고 이는 오늘날 스위스 정통 시계 브랜드의 본사와 공장들 대부분이 자리 잡고 있는 ‘시계 계곡(watch valley)’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