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ayoi Kusama’s Pumpkin Obsession | @anothermag
강박과 예술로의 승화

Kusama’s 1967 happening Horse Play(1967) | © YAYOI KUSAMA
쿠사마 야요이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어린 시절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아버지의 외도로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란 그녀는 10살부터 환각과 정신 질환을 경험했고, 어머니의 정신적 억압 속에서 극심한 불안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녀에게 예술로 내면을 표현하고 치유하려는 강한 욕구를 심어주었습니다. 쿠사마는 자신의 예술이 무의식과 심리적 문제를 반영한다고 말했으며, 강박 신경증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작품으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해소해 나갔습니다.
집적과 자기 소멸

Kusama in her studio (1987) | © YAYOI KUSAMA
그녀는 이러한 심리를 ‘강박과 집적’이라는 개념으로 예술에 담아 냈습니다. 반복되는 점의 패턴은 우주의 별과 지구처럼 개별적인 존재들이 결코 고립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징하며, 동시에 ‘자기 소멸’의 경지를 표현합니다. 이는 자신의 몸이 무한히 반복되는 물방울 패턴 속에 파묻혀 사라지는 이미지를 통해 자아를 잃는 두려움을 예술로 형상화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소멸은 곧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담고 있으며, 쿠사마는 이를 통해 소멸과 증식이 공존하는 우주의 질서를 시각화하고 개별 존재가 작품 속에서 무한히 확장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쿠사마 야요이가 작품에 담고자 한 철학

Kusama in her studio (1987) | © YAYOI KUSAMA
쿠사마의 작품은 그녀의 내면적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재현하려는 시도가 담겨 있습니다. 주변 환경에 휘말려 자아를 잃어버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순간들을 예술로 표현한 것입니다.
1960년대, 그녀는 예술을 통해 사회적 억압에 저항하는 활동을 펼쳤습니다. 특히, 동성애자들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던 시대에, 쿠사마는 미국 최초로 동성애 결혼식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그들의 존재를 인정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또한,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시대적 억압 속에서 차별을 예술로 승화시키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고자 했습니다.
쿠사마의 철학은 결국 강박과 불안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이며, 스스로 소멸하면서도 작품을 통해 영원히 존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 고통을 작품으로 풀어내며, 그 과정에서 예술이 단순한 표현을 넘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