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 노래할 때
1935년, 김환기는 ‘종달새 노래할 때’로 입선하며 화가로 데뷔했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 유학 시절, 고향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담아 그린 그림으로, 특히 여인의 모습은 그가 고향에 두고 온 누이동생을 떠올리며 표현한 것입니다.

종달새 노래할 때 (1935) | © WHANKIMUSEUM
작품 속에는 고향의 바다와 버드나무, 집과 같은 풍경이 등장하며, 김환기가 느꼈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또한, 여인의 머리에 얹힌 바구니를 투명하게 표현함으로써 실험적이고 표현주의적인 경향을 보여주는데, 이는 훗날 그의 추상미술로 이어지는 예술적 기반을 확인할 수 있는 초기 성과 중 하나입니다. ‘종달새 노래할 때’는 김환기가 화가로서의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언급되는 중요한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피난 열차
‘피난 열차’는 한국전쟁 당시의 비극적이고 처절한 현실을 담아낸 작품입니다. 전쟁 시기, 수많은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고향을 떠나야 했고, 객차에 다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지붕이나 화물칸에까지 매달려 이동해야 했습니다. 김환기는 열차 지붕과 화물칸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마치 화물칸에 가득 실린 성냥처럼 묘사하며 이러한 참혹한 현실을 사실적이고 간결한 색감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피난 열차 (1951) | © WHANKIMUSEUM
그는 붉은색과 푸른색과 같은 밝은 원색을 단순하게 사용하여 처참한 상황 속에서도 생명력과 생존 의지를 포착해 냈습니다. ‘피난 열차’는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예술적이고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으로, 전쟁의 비극을 대변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항아리
김환기의 작품에서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항아리, 특히 조선백자 달항아리입니다. 그는 한국 고미술에 대한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으며, 순백의 둥근 달항아리는 순수함과 민족 정서를 담고 있는 상징으로, 그의 작품 세계에 꾸준히 등장합니다.
김환기는 파리에 머물면서도 일관되게 ‘한국적인’ 소재를 작품 속에 녹여냈으며, “세계적인 예술가는 가장 민족적인 예술을 해야 한다”라는 신념을 작품에 반영했습니다. 이 항아리는 단순히 전통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것을 넘어, 전통과 현대를 연결한 그의 독창적인 예술적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소재로 평가받습니다.
우주
김환기의 후기 대표작 〈우주〉는 뉴욕 시절 작업한 전면점화 시리즈 중 하나로, 그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뉴욕에서 점묘 기법으로 작품을 완성하며, 자신의 고향 신안의 섬들, 하늘, 바다를 점과 색채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김환기의 깊은 사유와 고국에 대한 끝없는 그리움이 담겨 있습니다.

Universe 5-IV-71 #200 (1971) | © WHANKIMUSEUM
‘우주’는 김환기의 예술 철학과 동양적 미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으로, 2019년 132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해당 경매에서 한국 미술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함으로써 한국 미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찍은 점 하나, 덧입힌 색 하나는 지금도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또 다른 별이 되어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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