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각으로 잘린 아기 조각상

출처: MSCHF
“칼을 가져오라. 산 아이를 반으로 잘라 두 사람에게 나눠 주겠다.”
성경 속 솔로몬 왕의 유명한 판결, 한 번쯤 들어보셨죠? 이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것 같았던 일이 2025년 뉴욕에서 현실로 펼쳐졌다면 믿어지시나요?
예술 집단 MSCHF(미스치프)는 4.5m 크기의 대형 아기 조각상을 실제로 잘라 판매하는 프로젝트, 〈King Solomon’s Baby〉를 선보였습니다. 총 10만 달러로 책정된 이 조각상은 참여자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조각으로 쪼개지며, 최대 1,000명이 한 조각씩 소유하게 됩니다. 예술과 소유의 개념을 재치 있게 재해석한 신선한 시도라 할 수 있죠.
믿음으로 커지는 시장

출처: MSCHF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신뢰’입니다. 최초 구매자는 이후 참여자들이 조각을 구매해 나갈 것을 믿고 투자하게 되죠. 이를 금전적 신뢰 게임이라 부르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모두의 신뢰’라는 개념은 우리가 사용하는 돈, 투자 구조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MSCHF의 프로젝트는 이러한 점에서 조각투자와도 유사합니다. 조각투자는 작품이나 자산을 나눈 뒤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투자 방식인데요, 현재 이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2022년 기준 조각투자 시장의 누적 규모는 약 5,200억 원이며, 2030년에는 300조 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그만큼 ‘가치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각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분명해요. 비싸서 혼자선 절대 소유할 수 없던 자산이라도, 내가 가진 만큼만 투자해서 일부를 함께 소유할 수 있다는 점이죠. 고가의 예술품, 음악 저작권, 부동산, 한우까지—기존엔 일부 부유층만 접근할 수 있었던 시장이 열린 시장이 된 거예요.
가치는 나눌수록 작아질까?

출처: MSCHF
보통 자산을 나누면, 가치도 덩달아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공유하면서 상승하기도 하죠.
MSCHF는 과거에도 데미안 허스트의 ‘스팟 페인팅’을 조각내어 개별적으로 판매한 적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나뉜 조각 중 일부가 원작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만들어내며 재거래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조각투자도 이와 비슷한 원리를 가집니다. 미술품을 물리적으로 쪼개는 대신, 작품의 소유권을 나눕니다. 이 과정에서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면 이를 공유한 모두가 이익을 나누는 구조죠.
예를 들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조각투자 플랫폼에서 연평균 약 24.13%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소유와 참여의 새로운 시대
MSCHF의 〈King Solomon’s Baby〉는 조각을 나누며 소유와 신뢰, 그리고 가치를 재해석한 흥미로운 실험입니다. 조각투자와 예술적 접근이 결합된 이 프로젝트는 다양한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조각투자 시장은 대중의 참여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자산을 나눠갖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경험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자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