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작가 시리즈: 요시토모 나라 2탄
쏘아보는 듯한 소녀를 모티프로 한 아크릴 회화로 잘 알려진 작가, 요시토모 나라의 손끝에서 피어난 예술과 그 작품 속에 담긴 이야기를 프랩칼럼과 함께 알아볼까요?
손에 칼을 든 소녀

▲ 요시토모 나라의 <손에 칼을 든 소녀(1991)>. 샌프란시스코 미술관 소장.
‘손에 칼을 든 소녀’는 1992년 독일 쾰른 미술 아카데미의 졸업 전시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작품입니다. 커다란 눈과 둥근 얼굴, 짧은 팔다리 등 귀엽고 순진해 보이는 외형을 지녔지만, 손에는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어 이질적인 긴장감을 자아내죠. ‘귀여움’과 ‘위협’이 공존하는 이 모순된 조합은 관람자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일본 대중문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폭력적인 귀여움’이라는 역설적인 미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Your Dog

▲ 요시토모 나라의 . 미니애폴리스 미술관 소장.
요시토모 나라는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강아지’ 캐릭터에 특별한 애정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스티로폼으로 강아지의 형태를 조각한 뒤, 이를 몰드로 삼아 입체적으로 재해석했으며, 회화 작품에도 개의 이미지를 자주 등장시키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요시토모의 강아지는 흰 털에 처진 귀, 어리숙한 미소를 지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주로 붉은색을 사용하는 단색 팔레트를 선호했고, 인물과 캐릭터의 크기를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관람자에게 묘한 공격성과 애처로움을 동시에 전달합니다. 귀엽지만 슬프고, 순수하면서도 어딘가 위태로운 감정이 그의 작품 전반에 녹아 있습니다.
In the Deepest Puddle II

▲ 요시토모 나라의 . 타카하시 류타로 소장.
‘In the Deepest Puddle II’는 도쿄의 주요 갤러리 중 하나인 SCAI THE BATHHOUSE에서 전시되었어요. 이 전시 공간은 원래 공중목욕탕이었으나, 개조를 거쳐 독특한 분위기의 전시장으로 탈바꿈한 곳입니다. 그곳을 가득 채운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들은 당돌하고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닌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중에서도 ‘In the Deepest Puddle II’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 물웅덩이에 잠겨 있는 아이의 모티프를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에요. 물속에 잠긴 소녀는 앞으로 나아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뒤를 응시하는데, 그 눈빛은 마치 도움을 거부하려는 듯한 단호함을 품고 있습니다. 관람자는 어느새 그 시선에 이끌려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여백과 깊이감 속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게 됩니다. 요시토모는 이처럼 관람자가 스스로 작품 안으로 스며들게 유도하였어요.
백야

▲ 요시토모 나라의 <백야(2006)>. 개인 소장.
2001년 전시 이후, 요시토모 나라는 약 4~5년간 작업에 몰두하며, 끊임없는 신작과 전시에 대한 요구 속에서 스스로의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는 이 시기 페인트, 흑연 연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며 실험을 지속했고, 기존의 구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표현 방식을 꾸준히 탐구했죠.
당시의 작품들에서는 과거처럼 인물의 전신을 보여주는 구성이 사라지고, 대신 정면을 응시한 채 조용히 앉아 있는 소녀들이 등장합니다. 대체로 긴 머리를 하고 있으며, 얼굴은 이전보다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묘사되어, 마치 이 소녀들 또한 작가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백야 속 소녀 ‘라모나’는 현대판 모나리자를 연상시키며, 팝아트의 전형적인 아이콘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처럼 요시토모 나라의 소녀들은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시간과 함께 성숙해 가는 존재로 거듭났답니다.
이번에는 요시토모 나라의 작품들을 만나봤는데요. 다음 편에서는 그의 작품에 담긴 그의 철학과 그 깊은 의미를 알아볼까요?
그의 마지막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